인터뷰 ㅣ 심호길 심슨어학원장 실질적 도움 되는 교육 실천수업 자료, NYT서 발췌 토론 후엔 에세이 작성 교육… 부모님과 시사 이슈로 대화도
심호길 원장이 직접 편찬한 원서 학습용 워크북을 보여주고 있다. 중고생이 정치·경제·사회·문화 분야에 걸친 시사 이슈를 공부한다? 그것도 영어로? 코앞에 닥친 대학 입시 준비에 여념 없을 것 같은 우리나라 상황에선 다소 비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얘기다. 그런데 심슨어학원(서울 광진구 광장동)에선 실제로 원생들에게 이런 공부를 시킨다. 지난 18일 오전, "영어 공부를 꼭 영어로 해야 하느냐"고 반문하는 심호길 원장을 만났다.
◇'뉴스'와 '명연설'로 하는 영어 학습
심 원장은 대학 시절, 모의유엔총회에서 대상을 거머쥘 정도로 영어 토론과 시사에 능통했다. 당시 부상으로 주어진 '유엔 인턴 근무 경험'은 그의 삶에 중대한 전환점이 됐다. "유엔에서 일하며 '문서 작성에 능한 외교관조차 영어 토론과 대화에선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당시 경험 이후 '점수 획득용' 영어 교육이 아닌 '실전 활용형' 영어 교육에 대해 고민하게 됐죠." 그는 귀국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심슨어학원을 열었다. 유엔 근무 당시 느꼈던 점을 반영해 '뉴스와 토론(News & Debate)'이란 프로그램도 직접 고안했다.
얼마 전, 심 원장에게 낭보가 전해졌다. 올해로 8년째 심슨어학원에 다니고 있는 성재우(17·서울 한양대사범대부속고 2년)군이 모 퀴즈 프로그램에서 '골든벨'을 울린 것. 성군은 "마지막 문제를 풀 때 잔뜩 긴장했지만 두 달 전 학원 강의에 나왔던 '블랙홀' 관련 내용이 나온 덕분에 문제를 듣자마자 답을 떠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심슨어학원의 영어교육은 철저하게 '배경지식' 위주로 진행된다. 뉴스와 토론 강의 역시 영어로 작성된 뉴스를 공부한 후 영어 토론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읽고 말하는' 방식에 그치지 않기 위해 원생들은 토론 전후 각각 에세이를 작성하며 자신의 생각을 영어로 정리하는 훈련을 받는다. 심 원장은 수업에 활용할 뉴스 소재를 찾기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신문을 정독한다. 수업 자료는 뉴욕타임스·ABC 등 미국 유력 매체 보도 내용과 세계적 명사의 연설문 등에서 각각 발췌한다. 주제가 어느 한 방향으로 편중되지 않도록 소재를 고루 배분하는 것도 그의 몫.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뉴스 덕분(?)에 학생들의 공부량은 만만찮다. 이 때문에 주 2회 수업이 일반적인 여느 학원과 달리 심슨어학원은 주 3회 강의 방식을 고집한다.
심슨어학원 재학생이면 누구나 버락 오바마(51) 미국 대통령의 취임사와 마틴 루터 킹(1929~1968) 목사의 명연설 'I have a dream', 스티브 잡스(1955~2011) 미국 애플사 창업자의 스탠퍼드대 연설문을 막힘 없이 외운다. 프레젠테이션 강의 덕분이다. 원생들은 연설문 발표에 앞서 해당 연사의 강연 동영상(혹은 녹음 파일)을 수 차례 돌려 보며(들으며) 따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자연스레 발음을 흉내 내고 영어 구문도 암기한다. 그 덕분에 해외여행 한 번 가보지 못한 원생 중 상당수가 "해외 유학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정의란 무엇인가' 원서로 공부하는 학원
학습량은 방대하지만 원생 대다수는 "힘들어도 재밌다"는 반응을 보인다. 이와 관련, 심 원장은 "발표와 토론 위주로 수업이 진행돼 지루할 틈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학부모 상담을 해보면 '부모와 자녀 간 관계가 좋아졌다'는 반응도 많아요. 학원에서 익힌 시사 이슈가 부모와의 대화 소재로 활용되기 때문이죠."
심슨어학원의 학습 목표는 '위대한 가르침, 그 이상(Great Teaching&More)'이다. '모든 원생에게 단순 언어 교육 이상의 가치를 전하고 싶다'는 심 원장의 바람을 축약한 슬로건이다. "성적 향상에 치중하지 않고 원생들의 마음가짐을 긍정적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자로서 보람을 느낍니다. 다만 제가 전하는 교육 콘텐츠가 자칫 한 원생의 가치관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어깨가 무겁습니다."
얼마 전, 심슨어학원의 새 교재로 마이클 샌델(59)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원제 'Justice')가 채택됐다. 심 원장은 "다소 어려울 수도 있지만 원생들이 책을 읽으며 삶의 가치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교재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문의: (02)444-3321<광진관> : 중1,2
(02)444-3323<베르디관> : 중3, 고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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